‘고온 초전도체’라고 해도 상당한 냉각이 필요합니다. 이번에는 주요 온도 기록을 살펴보면서 상압에서 얻은 결과와 압력을 가해 높인 결과를 구분해 보겠습니다.
1911년, 약 4 K에서 시작되다
초전도체의 역사는 1911년, 헤이커 카메를링 오너스가 극저온의 수은을 연구하던 중 전기저항이 사라지는 현상을 발견하면서 시작됐습니다. 약 4.1 K, 섭씨로 약 −269°C의 온도였습니다.
이 온도는 절대영도보다 불과 몇 도 높은 수준입니다. 보통 액체헬륨 등을 이용한 극저온 냉각이 필요합니다. 더 높은 온도에서도 초전도 현상이 가능한 물질을 찾는 일은 연구의 중요한 목표가 되었고, 탐색은 수십 년 동안 이어졌습니다.
1987년, 액체질소 온도를 넘다
1986년, 요하네스 게오르크 베드노르츠와 카를 알렉산더 뮐러가 기존 기록보다 높은 온도에서 초전도 현상을 보이는 구리산화물을 발견했습니다. 이어 1987년, M. K. 우(M. K. Wu)와 추징우(C. W. Chu) 등이 참여한 연구진이 Y–Ba–Cu–O에서 약 93 K의 초전도 현상을 보고했습니다.[1]
섭씨로 약 −180°C이므로 여전히 극도로 차갑습니다. 하지만 액체질소의 끓는점인 약 77 K, 섭씨로 약 −196°C보다 높다는 점이 중요했습니다.
액체헬륨은 비싸고 냉각 조건도 까다롭습니다. 액체질소는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구하기 쉬우며 다루기도 수월합니다. 77 K를 넘어선 것은 전문적인 극저온 연구실 밖에서 초전도체를 이용할 가능성을 넓힌 변화였습니다. 이후 더 높은 임계온도를 향한 경쟁은 빠르게 진행됐습니다.
100 K를 넘어선 새로운 물질들
1987년 이후 연구진은 새로운 구리산화물 계열을 탐색했습니다. 원소와 화학적 비율, 결정구조를 바꾸고 구리와 산소층의 배열도 달리했습니다. 더 높은 온도에서 초전도 상태를 유지하는 물질을 찾기 위한 시도였습니다.
비스무트계 구리산화물은 100 K를 넘었고, 탈륨계 물질은 약 125~127 K에 도달했습니다. 불과 몇 년 전에는 약 30 K가 놀라운 기록이었는데, 어느새 100 K를 넘어선 것입니다. 상온 초전도체가 예상보다 가까울지도 모른다는 기대 속에서 수은계 물질이 등장했습니다.
1993년, 수은계 초전도체의 기록
1993년, 안드레아스 실링(Andreas Schilling), 마르코 칸토니(Marco Cantoni), J. D. 궈(J. D. Guo), H. R. 오트(H. R. Ott)는 Hg–Ba–Ca–Cu–O 계에서 130 K 이상의 초전도 현상을 보고했습니다. 실험에서 확인한 임계온도는 약 133 K, 섭씨로 약 −140°C였습니다.[2]
기존 탈륨계의 약 125~127 K와 비교하면 상승 폭이 작아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당시에는 온도를 조금 더 높이는 것 자체가 이전에는 도달하기 어려웠던 영역으로 나아가는 성과였습니다.
이 계열의 중요한 물질은 HgBa₂Ca₂Cu₃O₈+δ, 흔히 Hg-1223이라고 부르는 물질입니다. 전기저항과 자기 측정에서 약 133 K의 초전도 거동이 확인됐습니다.
압력을 가하자 더 높아진 온도
수은계 초전도체에서는 높은 압력을 가하면 임계온도가 더 상승하는 가능성도 나타났습니다. 같은 1993년, 추징우가 이끄는 연구진은 고압 상태의 Hg-1223에서 150 K가 넘는 초전도 현상을 보고했습니다.[3] 섭씨로 약 −123°C 이상인 온도입니다.
최초의 극저온 기록과 비교하면 큰 진전이지만, 그 온도에 도달하려면 매우 높은 압력이 필요했습니다. 온도를 높이는 문제와 실제로 사용하기 어려운 압력 조건이 함께 나타난 것입니다.
온도 기록에는 압력 조건이 함께 붙어야 합니다. 상압에서 측정한 결과와 압축된 시료에서 측정한 결과는 서로 다른 실험적 질문에 답합니다. 압력 조건 없이 모든 숫자를 하나의 순위로 합치면 성과를 잘못 이해하기 쉽습니다.
절대영도에서 멀어져 온 80여 년

주요 초전도 온도 기록을 정리한 개념 연표입니다. 상압과 고압 결과의 차이는 아래 비교표의 실험 조건과 함께 읽어야 합니다.
1911년 약 −269°C에서 처음 관찰한 초전도 현상은 1993년 수은계 구리산화물의 상압 기록인 약 −140°C까지 높아졌습니다. 80여 년 동안 약 129 K만큼 높아진 것입니다.
일상적인 온도와는 여전히 거리가 있지만, 출발점을 생각하면 발전의 크기를 알 수 있습니다. 새로운 원소와 화합물, 결정구조를 탐색하고 압력까지 활용하며 초전도 현상은 조금씩 절대영도에서 멀어졌습니다.
숫자를 비교할 때 함께 봐야 할 조건
연구 결과보고된 온도비교할 때의 조건
| 1987년 Y–Ba–Cu–O | 상압에서 약 93 K.[1] | 액체질소의 끓는점을 넘어선 기록입니다. |
| 1993년 수은계 구리산화물 | 상압에서 약 133 K.[2] | 상압 결과이며 물질과 조성도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
| 1993년 고압 수은계 구리산화물 | 높은 압력에서 150 K 이상.[3] | 압력으로 높아진 결과라는 조건을 유지해야 합니다. |
두 숫자를 비교하기 전에는 같은 물질인지, 같은 압력인지, 같은 전이 판정 기준인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전이가 시작되는 온도와 저항이 0과 구별되지 않게 되는 온도는 같은 의미로 취급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