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리산화물 초전도체의 발견 이후 더 높은 임계온도를 찾아 나선 연구 경쟁을 표현한 개념 그림입니다. 당시 실험을 촬영한 역사 사진은 아닙니다.
1986년 구리산화물 초전도체의 발견은 더 높은 임계온도를 찾는 새로운 길을 열었습니다. 불과 한 해 뒤에는 YBCO가 액체질소의 끓는점인 77 K를 넘어섰습니다.
초전도체를 만드는 일과 사용하는 일
초전도 물질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과 실제 기술에 사용하는 것은 다릅니다. 초전도체는 임계온도(Tc) 아래에서 초전도 상태가 됩니다. 초기 물질들은 임계온도가 매우 낮아, 상태를 유지하려면 극저온으로 냉각해야 했습니다. 많은 경우 액체헬륨이 필요했습니다.
성질이 아무리 뛰어나도 복잡한 냉각장치와 높은 운용 비용이 필요하다면 활용에 제약이 생깁니다. 그래서 더 높은 온도에서도 작동하는 초전도체를 만드는 일이 중요한 목표가 되었습니다.
새로운 물질을 찾아야 했습니다
온도를 높인다는 것은 기존 초전도체를 그저 더 뜨겁게 만든다는 뜻이 아닙니다. 더 높은 온도에서도 초전도 상태를 유지하는 새로운 소재를 찾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연구진은 원소를 조합하고 화학적 비율을 바꿨습니다. 결정구조와 산소 함량을 조절하고, 새로운 화합물을 만든 뒤 냉각하면서 전기저항이 사라지는 온도를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오랫동안 기록은 기대만큼 빠르게 올라가지 않았습니다.
1986년, 새로운 가능성이 나타나다
요하네스 게오르크 베드노르츠와 카를 알렉산더 뮐러는 1986년 구리산화물 기반 물질에서 약 35 K의 초전도 현상을 발견했습니다.[1] 지금 보면 높지 않은 온도처럼 느껴지지만, 당시에는 익숙한 전통적 초전도체와 다른 물질 계열에서 나온 놀라운 결과였습니다.
1987년에는 이트륨(Y), 바륨(Ba), 구리(Cu), 산소(O)로 이루어진 YBCO가 약 92~93 K에서 초전도 상태에 들어간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2] 액체질소의 끓는점인 약 77 K보다 높은 온도였습니다.
77 K를 넘었다는 의미
처음에는 약 30 K대였던 기록이 90 K 이상으로 높아졌다는 숫자만 보였습니다. 하지만 실용성의 관점에서는 의미가 달랐습니다.
액체헬륨을 이용하는 약 4 K의 냉각에는 상대적으로 복잡하고 비싼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반면 액체질소는 훨씬 저렴하고 다루기도 수월합니다. 77 K를 넘어선 것은 액체질소로 초전도 상태를 유지할 가능성이 열렸다는 뜻이었습니다.
연구실에서 관찰하는 신기한 물질이 실제 기술에 쓰일 소재로 한 걸음 더 다가간 것입니다. 당시 연구자들이 열광한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세계가 더 높은 온도를 향해 달리다
YBCO의 발견 이후 초전도체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졌습니다. 1987년 3월 미국물리학회에서는 고온 초전도체 특별 세션이 열렸습니다. 많은 과학자가 새로운 결과를 발표했고 토론은 밤늦게까지 이어졌습니다. 훗날 ‘물리학의 우드스톡’이라고 불린 행사입니다.[3]
이 별명에서도 당시의 열기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93 K를 넘어 100 K, 150 K, 나아가 200 K와 일상의 온도까지 도달할 수 있을지 기대하는 분위기였을 것입니다. 더 높은 임계온도를 가진 새 물질을 찾는 목표는 더욱 분명해졌습니다.
온도 기록은 실제로 계속 높아졌습니다
1986년 이후 새로운 구리산화물 초전도체들이 빠르게 발견됐습니다. 비스무트(Bi)가 포함된 물질은 100 K를 넘었고, 탈륨(Tl)이 포함된 물질에서는 약 125 K의 초전도 현상이 보고됐습니다.[4][5]
1911년 수은의 약 4 K에서 시작했던 초전도 온도가 100 K를 넘어선 것입니다. 수십 년 동안 더디게 오르던 기록이 몇 년 사이 빠르게 높아졌습니다. 상온 초전도체가 멀지 않았다고 기대할 만한 흐름이었지만, 이후의 연구가 그 기대처럼 곧장 이어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기록 경쟁이 넓힌 소재 탐색
초기의 경쟁은 실험에서 물질을 찾는 방식도 바꿨습니다. 구리산화물이 유망한 계열로 떠오른 뒤에는 구성 원소, 산소 함량, 층상구조를 바꾸며 탐색할 수 있었습니다. 같은 물질 하나를 계속 개선한 기록이라기보다 연구 대상인 물질 계열 자체가 넓어진 과정입니다.[1][2][4][5]
탐색 단계이 글에서 살펴본 기록의미
| 구리산화물의 발견 | 1986년 새로운 초전도 물질 보고.[1] | 새로운 화합물 계열을 연구할 길을 열었습니다. |
| Y–Ba–Cu–O | 1987년 약 93 K의 전이.[2] | 액체질소 온도 범위에서 초전도 상태를 유지할 가능성을 보여줬습니다. |
| 비스무트계 | 1988년 또 다른 구리산화물 계열 보고.[4] | 초기 조성 밖으로 탐색 범위가 넓어졌습니다. |
| 탈륨계 | 1988년 125 K의 벌크 초전도 현상 보고.[5] | 알려진 전이온도의 범위를 넓혔습니다. |
이 기록들은 물질 계열과 실험 결과를 함께 비교해야 합니다. 전이온도가 높다는 사실은 초전도 상태의 성질을 보여줍니다. 케이블이나 자석으로 쓸 수 있는지는 별도의 공학적 평가가 필요합니다.
참고자료
[3] American Physical Society, historical accounts of the 1987 high-temperature superconductivity session known as the “Woodstock of Physics.”
[5] S. S. P. Parkin et al., “Bulk Superconductivity at 125 K,” Physical Review Letters, 19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