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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전도체의 역사 6편 — 고온 초전도체의 등장

umo 2026. 10. 20. 16:59

전통적인 BCS 이론의 성공과 구리산화물 고온 초전도체가 제기한 새로운 문제를 함께 표현한 개념 그림입니다.

초전도 현상을 설명한 BCS 이론의 성과

BCS 이론 이전에는 어떤 물질에서 전기저항이 갑자기 사라지는 이유를 설명하기 어려웠습니다. BCS 이론에서는 결정 안의 전자들이 원자 격자의 진동과 상호작용하고, 이를 통해 쿠퍼쌍을 형성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수많은 쿠퍼쌍이 결맞은 양자 상태에 들어가면 초전도 현상이 나타납니다.

이 이론은 당시 알려진 여러 금속 초전도체의 성질을 성공적으로 설명했고, 이후 실험에서도 그 중요성이 확인됐습니다.[1] 지금도 초전도체 역사에서 중심적인 위치를 차지합니다.

하지만 고온 초전도체가 등장하면서 새로운 문제가 나타났습니다. 초전도 현상의 이해에 크게 기여한 이론이더라도, 모든 종류의 초전도체를 단순히 하나의 설명에 넣기는 어려워졌습니다.

초전도체는 왜 그렇게 차가워야 했을까

물질이 아무 온도에서나 초전도 상태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각각의 초전도체에는 초전도 상태에 들어가는 임계온도(Tc)가 있습니다.

1911년, 헤이커 카메를링 오너스가 수은에서 처음 확인한 임계온도는 약 4 K였습니다. 새로운 소재가 발견되며 기록은 조금씩 높아졌지만, 수십 년 동안 20 K대를 크게 넘어서기는 어려웠습니다.

1970년대에는 Nb₃Ge라는 화합물이 약 23 K에 도달했습니다. 그 뒤에도 온도 기록의 상승은 더디게 이어졌습니다.[2]


1986년, 세라믹에서 나타난 초전도 현상

1986년, 요하네스 게오르크 베드노르츠(J. Georg Bednorz)와 카를 알렉산더 뮐러(K. Alex Müller)는 IBM 취리히 연구소에서 바륨, 란타넘, 구리, 산소가 포함된 산화물을 연구하고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초전도 연구가 주로 금속과 금속 화합물에 집중되어 있었습니다. 두 사람이 다룬 물질은 익숙한 금속과 다른 구리산화물 계열의 세라믹이었습니다.

온도를 낮추자 약 30 K대에서 저항이 급격히 줄어들며 초전도 거동의 증거가 나타났습니다.[3] 20 K와 30 K의 차이가 일상에서는 작아 보여도, 오랫동안 임계온도가 더디게 상승해 온 연구 분야에서는 중요한 변화였습니다. 넘기 어려워 보이던 장벽이 무너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1987년, 액체질소의 온도를 넘다

몇 달 뒤인 1987년, 이트륨·바륨·구리·산소로 이루어진 물질에서 약 93 K의 초전도 현상이 발견됐습니다. 이 물질은 YBCO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졌습니다.[4]

액체질소의 끓는점은 약 77 K(−196°C)입니다. 93 K는 액체질소의 끓는점보다 높은 온도였기 때문에 특별한 의미가 있었습니다. 일부 초전도체를 냉각하는 데 비싸고 다루기 어려운 액체헬륨에만 의존하지 않고, 상대적으로 접근하기 쉬운 액체질소를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 변화는 단순한 온도 기록의 상승을 넘어 초전도체의 실용화 가능성을 넓혔습니다. 세계의 연구진이 빠르게 구리산화물 초전도체 연구에 뛰어들었습니다.

발견 이듬해 받은 노벨상

베드노르츠와 뮐러는 획기적인 논문을 발표한 바로 다음 해인 1987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았습니다. 노벨위원회는 세라믹 물질에서 초전도 현상을 발견한 중요한 돌파구를 인정했습니다.[5]

이처럼 빠른 수상은 고온 초전도체의 등장이 당시 물리학계에 준 충격을 보여줍니다. 동시에 새로운 물질은 또 다른 설명을 요구했습니다.


전통적인 전자–포논 설명만으로는 부족했던 이유

BCS 이론이 잘못된 이론이 된 것은 아닙니다. 전통적인 초전도체를 이해하는 데 여전히 중요합니다. 다만 구리산화물 고온 초전도체에서는 전통적인 전자–포논 관점만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성질들이 관찰됐습니다.

이 물질들은 초전도 상태가 아닌 정상 상태에서도 일반적인 금속과 다른 모습을 보였고, 초전도 성질에도 중요한 차이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흔히 비전통적 초전도체라고 부릅니다.

쿠퍼쌍 같은 개념이 더 이상 필요 없어졌다는 뜻은 아닙니다. 전자가 어떤 방식으로 짝을 이루는지, 그 짝짓기를 일으키는 상호작용이 무엇인지, 왜 더 높은 온도에서도 초전도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지가 더 복잡한 연구 문제가 되었습니다. 지금도 활발히 연구되는 주제입니다.[6]

발견과 설명, 인정은 서로 다른 단계입니다

주요 기록확인한 의미남아 있던 문제

1957년 BCS 이론 전통적인 초전도 현상을 설명하는 미시적 틀을 제시했습니다.[1] 이후 발견되는 모든 초전도 물질의 완전한 설명은 아니었습니다.
1986년 베드노르츠·뮐러의 구리산화물 연구 이례적으로 높은 전이온도를 보이는 새로운 물질 계열을 제시했습니다.[2][3] 구리산화물 계열 전체의 세부적인 짝짓기 기구를 해결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1987년 Y–Ba–Cu–O 실험 액체질소 끓는점보다 높은 약 93 K에서 초전도 현상을 확인했습니다.[4] 곧바로 완성된 전선이나 자석, 공학 장치가 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1987년 노벨상 세라믹 초전도체 발견의 돌파구를 인정했습니다.[5] 새로운 물질이 제기한 과학적 문제가 모두 끝난 것은 아니었습니다.

실험적 발견과 이론적 이해는 서로 다른 속도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이후 새로운 초전도 소재에 관한 발표를 읽을 때에도 이 차이를 구분해 보려고 합니다.


참고자료

[1] The Nobel Prize in Physics 1972, NobelPrize.org. John Bardeen, Leon N. Cooper and Robert Schrieffer, BCS theory of superconductivity.

[2] J. G. Bednorz and K. A. Müller, Nobel Lecture, 1987. Historical development of superconducting transition temperatures.

[3] J. G. Bednorz and K. A. Müller, “Possible high Tc superconductivity in the Ba-La-Cu-O system,” Zeitschrift für Physik B, 1986.

[4] M. K. Wu et al., “Superconductivity at 93 K in a new mixed-phase Y-Ba-Cu-O compound system at ambient pressure,” Physical Review Letters 58, 908, 1987.

[5] The Nobel Prize in Physics 1987, NobelPrize.org. J. Georg Bednorz and K. Alex Müller.

[6] B. J. Ramshaw and S. A. Kivelson, “Emergence of Fermi-liquid and BCS physics in overdoped cuprates,” Nature Reviews Physics, 8, 597–608 (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