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K-99는 2023년 세계적인 관심을 받았지만, 연구의 뿌리는 고려대학교 화학과의 최동식 교수에게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이번에는 그의 생각과 그 연구를 이어간 사람들을 살펴보겠습니다.
2023년 7월 22일, 대한민국 연구진은 상온·상압에서 초전도 현상을 보이는 물질을 개발했다는 논문을 공개했습니다. 같은 날 약 2시간 20분 간격으로 두 편이 제출됐습니다. 첫 논문에는 이석배·김지훈·권영완, 두 번째 논문에는 이석배·김지훈·김현탁·임성연·안수민·오근호가 저자로 이름을 올렸습니다.[5][6]
연구는 2023년에 갑자기 시작된 것이 아니었습니다. 대한민국의 1990년대 연구로 이어지는 배경의 중심에 화학자 최동식 교수(1943~2017)가 있었습니다. 실험과 논쟁을 살펴보기 전에 연구진에게 영향을 준 그의 생각부터 따라가 보겠습니다.
최동식 교수는 어떤 연구자였을까
최동식 교수는 1943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에서 화학을 공부하고 미국 버지니아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72년 고려대학교 화학과 조교수로 부임했고, 1975년 부교수가 됐습니다.
일반화학과 물리화학뿐 아니라 통계열역학, 유체의 거동과 물성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물리계의 원리를 사회·경제 현상에 적용하는 가능성도 탐구했습니다. 1986년에는 제5회 세종문화상 문화 부문을 수상했습니다.[1]
그의 주된 학문적 경력은 화학과 열역학, 이후 초전도 연구로 이어졌습니다. 기존 이론이 초전도 현상을 충분히 설명하는지 질문하기 시작하면서 초전도 연구와의 연결이 뚜렷해졌습니다.
BCS 이론의 적용 범위에 대한 질문
1957년, 존 바딘·리언 쿠퍼·로버트 슈리퍼가 제시한 BCS 이론은 쿠퍼쌍과 집단적인 양자 상태를 통해 전통적인 초전도 현상을 설명했습니다. 20세기 응집물질물리의 중요한 성과였습니다.
하지만 1986년 고온 초전도체가 발견된 뒤 전통적인 전자–포논 기구만으로 충분히 설명하기 어려운 문제가 나타났습니다. 최동식 교수도 이런 한계에 관심을 가졌고, 1993년 《과학동아》 인터뷰에서 기존 BCS 이론만으로 초전도 현상의 모든 측면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견해를 밝혔습니다.[2]
BCS 이론이 모든 초전도 소재를 설명하지 못한다고 해서 이론 자체가 틀렸다는 뜻은 아닙니다. 전통적인 초전도체에 대해서는 확립된 설명입니다. 최동식 교수는 다른 관점에서 현상을 탐구하려 했습니다.
그가 접근한 분야는 오랫동안 연구한 통계열역학과 액체의 점성이었습니다. 점성은 유체가 흐름에 저항하는 성질입니다. 그는 이와 관련된 개념이 물질 안에서 전자들이 집단적으로 움직이는 방식을 이해하는 데 실마리가 될 수 있을지 검토했습니다.
이석배 박사는 훗날 발표에서 액체 점성 연구가 유체의 저항과 전자 유체의 거동을 연결해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습니다.[3] 이 생각은 최동식 교수의 다른 초전도 접근을 이루는 배경이 됐습니다.
1994년의 저서와 ISB 이론
1994년, 최동식 교수는 《초전도 혁명의 이론적 체계》를 출간했습니다. 기존 설명을 검토하고 자신의 이론적 접근을 제시한 책입니다. 제4장은 초전도 현상의 새로운 개념을, 제5장은 그가 ISB 초전도 이론이라고 부른 설명을 다뤘습니다.[4]
유체의 상태방정식과 점성에 관한 연구를 바탕으로 전자의 집단적 행동을 탐구한 것입니다. 이석배 박사의 후일 설명에 따르면 연구진은 액체의 상태 변화와 초전도 물질의 전자 상태 변화에서 보이는 양상의 유사성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넓게는 물질의 구조가 전자의 행동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이해하려는 시도였습니다.
다만 ISB 이론은 전통적인 초전도 이론을 대신하는 확립된 이론이나 실험적으로 검증된 설명이 되지는 않았습니다. 상온 초전도 현상을 설명한다는 사실도 독립적으로 입증되지 않았습니다. 최동식 교수는 이러한 생각이 새로운 소재 탐색에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연구를 이어갔습니다.
최동식 교수와 이석배 박사의 연결
LK-99 발표의 핵심 인물 중 한 명이 된 이석배 박사는 고려대학교에서 최동식 교수의 연구에 참여했습니다. 기존 BCS 접근과 다른 기구의 가능성을 실험으로 탐구하는 작업이었고, 이후 김지훈 연구자도 중요한 구성원이 됐습니다.
연구진은 소재를 만들고 구조를 바꾸며, 특이한 전자적 거동을 시사할 수 있는 전기적·자기적 성질을 살펴봤습니다.
이석배 박사는 후일 발표에서 1999년 아주 적은 양의 물질에서 특이한 현상을 관찰했다고 회고했습니다. 관심을 둔 물질의 양이 워낙 적어, 1톤을 만들어도 약 1mg을 얻는 수준으로 설명했습니다. 이는 초기 관찰에 대한 이석배 박사의 설명이며, 초전도 현상에 대한 독립적인 검증 결과는 아닙니다.
이 관찰은 연구를 계속하는 계기가 됐다고 전해집니다. 같은 해 이석배 박사가 입대하면서 연구는 잠시 중단됐습니다.
군 복무 뒤 연구로 돌아온 일화
2024년 1월 공개된 발표에서 이석배 박사는 군 복무 전후의 경험을 직접 이야기했습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1999년 입대해 약 3년 동안 실험실을 떠났고, 전역할 무렵에는 연구로 돌아올 생각이 없었다고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스승이 집을 찾아왔고, 결국 연구에 복귀했다는 일화를 전했습니다.[3] 발표에서는 유머를 섞어 설명했지만, 연구를 떠날 생각이었던 젊은 연구자와 스승의 관계를 보여주는 회고이기도 합니다.
복귀 후 이석배 박사는 소재를 만들고 물성을 조사하는 연구를 이어갔습니다. 연구진이 1999년 관찰했다고 설명한 신호는 20년 넘게 이어지는 연구 과정의 출발점으로 남았습니다.
2008년, 퀀텀에너지연구소의 설립
2008년, 이석배 박사와 동료들은 퀀텀에너지연구소(Q-Centre)를 설립했습니다. 고려대학교의 학문적 환경에서 시작한 연구가 별도의 연구 조직으로 이어진 것입니다.
연구진은 여러 소재와 제조 방법을 조사하며 보통의 온도와 압력에서 초전도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을 찾았습니다. 이석배 박사는 후일 발표에서 최동식 교수가 액체계에서 나타나는 전기적 성질에도 관심을 가졌다고 설명했습니다. 액체 상태의 계를 포함한 여러 소재를 시험했고, 열과 전기의 관계를 이용하는 응용도 조사했다고 했습니다.
최동식 교수는 대학에서 퇴임한 뒤에도 관련 연구를 이어가는 연구진과 관계를 유지했습니다.
2017년, 마지막 연구 활동에 대한 회고
이석배 박사가 전한 또 다른 회고는 2017년의 일입니다. 최동식 교수가 이전 연구를 다시 시작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고, 연구진은 한국전력공사에 연구를 설명할 계획을 세웠다고 합니다.
하지만 발표를 준비한 뒤 최동식 교수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석배 박사는 이후 자료를 정리해 예정된 발표를 진행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비교적 높은 온도에서의 초전도 가능성을 탐구한 스승의 오랜 관심이 반영된 발표였다는 회고입니다.[3]
최동식 교수의 사망으로 연구가 끝난 것은 아니었습니다. 이석배 박사와 동료들은 합성과 측정 방법을 개선하며 실험을 계속했습니다.
LK-99라는 이름과 서로 다른 시기의 실험
L은 Lee, K는 Kim, 99는 1999년을 가리킵니다. 연구진이 특이한 성질을 처음 관찰했다고 설명한 연도입니다.
한편 연구 과정에는 예상하지 못한 실험실 사고에 관한 이야기도 있습니다. 연구진의 설명에 따르면 2017년 이후 실험이 다시 활발해지면서, 고온 합성에 사용하는 밀봉 석영관이 급격한 냉각이나 관 내부의 압력 변화 등으로 깨지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특이한 자기적 성질의 물질을 관찰했다고 했습니다.
관이 깨지면 내용물이 공기에 노출될 수 있지만, 산소의 유입이 관찰된 성질의 직접적인 원인이었다는 사실은 확립되지 않았습니다. 연구진은 2023년 대한민국 논문 「상온·상압 초전도체(LK-99) 개발을 위한 고찰」에서 예상하지 못한 관찰이 후속 연구를 이끈 과정을 설명했습니다.[8]
이때의 특이한 자기적 거동만으로 초전도 현상을 입증한 것은 아닙니다. 연구진은 2018년 무렵 관찰한 거동을 초전도체의 특징적인 반응이 아닌 초상자성으로 설명했습니다. 초상자성은 매우 작은 자성 입자에서 나타날 수 있으며 마이스너 효과와 다릅니다.
이런 결과는 구조와 합성 조건을 더 조사하는 계기가 됐다고 전해집니다. 조성과 제조 방법을 바꾸고 특이한 관찰의 원인을 찾는 실험이 이어졌으며, 소재와 제조법에 관한 특허 출원도 진행됐습니다.
1999년의 초기 관찰과 2017년 이후의 석영관 파손 실험은 서로 다른 단계입니다. 석영관 일화를 1999년의 사건으로 섞어 설명하면 안 됩니다.
2023년, 세계에 공개된 두 논문
2023년 7월 22일 arXiv에 공개된 첫 논문은 The First Room-Temperature Ambient-Pressure Superconductor였습니다. 이석배·김지훈·권영완이 저자로 참여했고 상온·상압 초전도 현상을 주장했습니다.[5]
약 2시간 20분 뒤에는 이석배·김지훈·김현탁·임성연·안수민·오근호가 참여한 두 번째 논문이 제출됐습니다.[6] 제목은 Superconductor Pb₁₀₋ₓCuₓ(PO₄)₆O showing levitation at room temperature and atmospheric pressure and mechanism입니다.
두 번째 논문은 제안한 결정구조와 제조법, 보고한 자기부상과 초전도 기구를 설명했습니다. 납 아파타이트의 납 이온 일부를 구리 이온으로 바꾸면 구조적 변형이 생겨 초전도 거동에 연결될 수 있다는 주장이었으며, 1차원 BR-BCS 이론으로 기구를 논의했습니다.
두 논문은 모두 400 K 이상의 임계온도를 주장했습니다. 두 번째 논문은 2023년 7월 29일과 8월 11일에 수정됐습니다. 이 논문에는 권영완 박사가 참여하지 않았으며, 그 배경은 후속 글에서 살펴보겠습니다.
거의 동시에 공개된 두 논문은 LK-99 역사의 중요한 순간이 됐습니다. 하지만 세계의 독립 연구실들은 주장된 상온·상압 초전도 현상을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이후 연구에서는 여러 특이한 관찰을 불순물이나 일반적인 자기적 성질로 설명할 수 있음을 보였습니다.[7] LK-99는 상온·상압 초전도체로 과학적으로 확립되지 않았습니다.
최동식 교수가 남긴 영향
최동식 교수의 생각은 이석배·김지훈과 동료들의 연구 방향에 영향을 줬습니다. 다만 ISB 이론이 실험적으로 확립된 초전도 설명이 된 것은 아닙니다. 그 연구의 역사를 이해하는 일과 LK-99가 초전도체의 실험 기준을 충족하는지 판단하는 일은 구분해야 합니다.
참고자료
[1] Korea University Press. Choi Dong-sik — Author Profile. https://kupress.com/writers/최동식/
[3] Sukbae Lee. Superconductor Research Presentation and Recorded Remarks, made public in January 2024. https://www.youtube.com/watch?v=mCtIN-baaAM
[5] Lee, S., Kim, J.-H., & Kwon, Y.-W. (2023). The First Room-Temperature Ambient-Pressure Superconductor. arXiv:2307.12008.
[6] Lee, S., Kim, J., Kim, H.-T., Im, S., An, S., & Auh, K. H. (2023). Superconductor Pb₁₀₋ₓCuₓ(PO₄)₆O showing levitation at room temperature and atmospheric pressure and mechanism. arXiv:2307.12037.
[7] Garisto, D. (2023). LK-99 Isn’t a Superconductor — How Science Sleuths Solved the Mystery. Nature.
[8] Lee, S., et al. (2023). Consideration for the Development of Room-Temperature, Ambient-Pressure Superconductor (LK-99). Journal of the Korean Crystal Growth and Crystal Technology, 33(2), 61–70. https://doi.org/10.6111/JKCGCT.2023.33.2.0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