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전도체의 역사 4편 — 초전도체와 자기장을 설명한 이론들

냉각된 초전도체 위에서 자석이 안정적인 위치를 유지하는 실험의 한 장면입니다. 영상: Jubobroff, Wikimedia Commons, CC BY-SA 3.0. 원본 영상에서 정지 화면을 추출했습니다.
자속 고정 실험에서는 냉각된 초전도체 위의 작은 자석을 움직였다가 놓으면 안정적인 위치로 돌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자기적 상호작용을 이해하는 데에는 런던 방정식, 긴즈부르크–란다우 이론, 아브리코소프의 자기 소용돌이가 도움이 됩니다.
런던 형제와 자기장의 침투 깊이
전기저항이 0이 된다는 사실만으로는 마이스너 효과를 충분히 설명할 수 없었습니다. 초전도체 안에서 전류와 자기장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설명할 새로운 이론이 필요했습니다.
1935년, 독일 태생의 물리학자 프리츠 런던(Fritz London)과 동생 하인츠 런던(Heinz London)은 초전도 전류와 자기장의 관계를 설명하는 이론을 제안했습니다. 오늘날 런던 방정식이라고 부르는 설명입니다.[1]
초전도체가 자기장을 밀어낸다고 해서, 표면에 닿는 순간 자기장이 정확히 0으로 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자기장은 물질 안으로 짧은 거리만큼 침투한 뒤 급격하게 감소합니다. 이때의 특징적인 거리를 런던 침투 깊이(λ)라고 합니다.[1]
‘자기장을 밀어낸다’는 설명에서 나아가 ‘내부에서 자기장이 어떻게 줄어드는가’를 다룰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다만 런던 이론만으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는 없었습니다. 초전도 상태가 형성되고 물질의 위치에 따라 달라지는 모습을 설명하려면 또 다른 발전이 필요했습니다.
긴즈부르크와 란다우의 새로운 접근
1950년, 소련의 물리학자 비탈리 긴즈부르크(Vitaly Ginzburg)와 레프 란다우(Lev Landau)는 새로운 초전도 이론을 제시했습니다. 이것이 긴즈부르크–란다우 이론입니다.[2]
두 사람은 개별 전자를 하나하나 따라가는 대신, 질서변수(Order Parameter)라는 물리량으로 초전도 상태를 설명했습니다. 정상 상태에서는 초전도 질서변수가 0이고, 임계온도 아래에서 초전도 상태가 나타나면 0이 아닌 값을 갖습니다.[2]
초전도 상태가 물질 내부 어디에서나 똑같은 것은 아닙니다. 표면이나 경계, 자기장의 영향을 받는 부분에서는 공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때 중요한 또 하나의 길이 척도가 결맞음 길이(ξ)입니다.
침투 깊이 λ는 자기장이 초전도체에 침투하는 특징적인 길이를, 결맞음 길이 ξ는 초전도 상태가 공간적으로 변하는 특징적인 거리를 나타냅니다. 두 길이의 관계는 초전도체의 종류를 이해하는 데 중요해졌습니다.[2]
3편의 자기 소용돌이로 이어지는 이론
알렉세이 아브리코소프(Alexei Abrikosov)는 긴즈부르크–란다우 이론을 이용해 중요한 결과를 얻었습니다. 1957년, 오늘날 제2종 초전도체라고 부르는 물질의 성질을 설명한 것입니다.[2]
제2종 초전도체는 특정한 자기장 범위에서 자속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습니다. 대신 양자화된 자기 소용돌이 형태로 자속이 침투할 수 있습니다. 이 소용돌이가 물질 내부의 결함이나 불규칙한 곳에 붙잡히는 현상이 지난 글에서 살펴본 자속 고정입니다.[2]
마이스너와 옥센펠트 → 런던 형제 → 긴즈부르크와 란다우 → 아브리코소프로 이어진 연구는 수십 년에 걸쳐 초전도체와 자기장의 관계를 더 자세히 설명해 왔습니다.[2]
자석에 달라붙지 않고 원래 위치로 돌아오는 이유
영상에서 핀셋으로 물체를 잡아당기면 초전도체와 자석 사이에 형성되어 있던 안정적인 자기적 배치가 달라집니다. 외부 힘을 제거하면 고정된 자기 소용돌이와 초전도 전류가 관여하는 상호작용으로 복원력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 힘은 이전의 안정적인 상대 위치로 돌아가도록 작용합니다.
이 움직임을 단순한 자석의 인력으로만 이해할 수는 없습니다. 제2종 초전도체에서는 자기장 차폐와 내부에 고정된 자기 소용돌이의 효과가 함께 작용합니다. 조건이 맞으면 자석에 달라붙거나 멀어지기만 하는 대신, 일정한 거리를 두고 안정적인 높이와 방향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외력으로 위치를 바꿨다가 놓아도 자석과 접촉하지 않은 채 돌아와 공중의 안정된 위치에 머무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영상에서 보이는 움직임물리적 설명
| 원래 위치에서 잡아당깁니다. | 외부 힘이 초전도체와 자석의 상대 위치를 바꿉니다. |
| 핀셋을 놓으면 되돌아옵니다. | 자속 고정과 관련된 복원력이 작용합니다. |
| 자석 쪽으로 돌아가도 달라붙지 않습니다. | 자기장 차폐와 고정된 자기 소용돌이가 함께 상호작용합니다. |
| 안정적인 높이와 방향에 다시 머뭅니다. | 자속 고정과 관련된 위치 기억을 보여줍니다. |
흥미로운 점은 단순히 떠 있다는 사실만이 아닙니다. 위치를 바꾼 뒤에도 자석과의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돌아온다는 점입니다. 간단해 보이는 움직임 뒤에 자기 소용돌이, 자속 고정, 초전도 전류와 복원력이 함께 작용하고 있습니다.
자기적 성질에서 전자의 짝짓기로
런던 이론과 긴즈부르크–란다우 이론은 초전도 현상을 설명했지만, 처음부터 그 미시적인 원인까지 제시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1957년, 바딘·쿠퍼·슈리퍼는 전통적인 초전도체를 설명하는 미시 이론을 내놓았습니다.[3]
다음 글에서는 쿠퍼쌍과 BCS 이론을 살펴보겠습니다.
참고자료
[3] J. Bardeen, L. N. Cooper & J. R. Schrieffer, “Theory of Superconductivity,” Physical Review 108, 1175–1204 (1957).
사진·영상 출처
Jubobroff, Position memory due to pinning in a superconductor, Wikimedia Commons. Licensed under CC BY-SA 3.0.
The image above is a frame captured from the vid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