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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전도체의 역사 14편 — 초전도체 연구 115년

umo 2026. 10. 20. 17:10

1911년 액체헬륨으로 냉각한 수은에서 시작한 초전도체 연구는 고온 소재와 컴퓨터를 이용한 탐색으로 발전해 왔습니다. 하지만 온도만 높이면 끝나는 문제가 아닙니다. 압력, 안정성, 전류 용량과 제조 조건도 함께 중요합니다.

1911~1957년, 발견에서 이론으로

1911년, 네덜란드의 물리학자 헤이커 카메를링 오너스는 수은을 약 4.2 K로 냉각했을 때 전기저항이 사라지는 현상을 발견했습니다. 금속의 저항이 낮은 온도에서 줄어드는 것은 알려져 있었지만, 임계온도 아래에서 갑자기 사라지는 변화는 당시의 전기전도 설명으로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1933년, 발터 마이스너와 로베르트 옥센펠트는 물질이 초전도 상태에 들어가면 내부의 자속을 밀어내는 현상을 발견했습니다. 마이스너 효과는 초전도 상태가 단순히 저항이 매우 작은 상태가 아니라 고유한 자기적 성질을 가진 물리 상태임을 보여줬습니다.

미시적 기구의 이해에는 수십 년이 더 필요했습니다. 1957년, 존 바딘·리언 쿠퍼·존 로버트 슈리퍼는 BCS 이론을 제시했습니다.[1] 전통적인 여러 초전도체에서 전자가 쿠퍼쌍을 이루고, 저항 없는 전류가 가능한 집단적인 양자 상태에 들어가는 과정을 설명한 이론입니다. 전자와 결정격자 진동의 상호작용이 짝 형성에 핵심 역할을 합니다.

첫 발견에서 46년이 지나 강력한 미시 이론이 마련됐습니다. BCS 이론은 현대 초전도 연구의 기반이 되었지만, 이후 발견한 모든 종류의 초전도체를 최종적으로 설명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1986~2019년, 더 높은 임계온도를 향해

1986년, 요하네스 게오르크 베드노르츠와 카를 알렉산더 뮐러가 구리산화물에서 고온 초전도 현상을 발견했습니다. 곧 액체질소의 끓는점인 77 K를 넘는 물질들이 발견됐습니다. 액체질소는 액체헬륨보다 대체로 저렴하고 다루기 쉬워 실용성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습니다.

1993년에는 수은계 구리산화물이 상압에서 약 133 K에 도달했습니다. 2008년 철계 초전도체의 발견은 비교적 높은 온도에서 초전도 현상을 보이는 물질의 범위를 더 넓혔습니다.

이 물질들은 이론에도 새로운 과제를 제기했습니다. 구리산화물과 철계 초전도체에서는 전자 사이의 강한 상호작용과 자기적 효과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이며, 전통적인 전자–포논 기구만으로는 성질을 완전히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새로운 물질은 기존 설명의 한계와 새로운 질문을 반복해서 드러냈습니다.

한편 수소가 풍부한 물질을 극한 압력에서 연구하는 흐름도 발전했습니다. 2015년 H₃S에서 약 203 K, 2019년 LaH₁₀에서 약 250 K의 초전도 현상이 보고됐습니다.[2]

온도만 보면 상온에 가까워졌지만, 대기압의 수백만 배 수준에 이르는 압력이 필요했습니다. 높은 임계온도를 얻는 일과 일상적인 조건에서 쓰는 물질을 만드는 일은 다릅니다. 압력을 낮추는 문제도 온도를 높이는 것과 함께 중요한 연구 목표가 됐습니다.

2026년, 압력을 없앤 뒤에도 향상된 상태를 유지하다

2026년 3월, 미국 휴스턴대학교의 덩량쯔(Liangzi Deng)와 추징우(Ching-Wu Chu) 등이 참여한 연구진은 수은계 구리산화물 Hg1223에서 상압의 초전도 전이 시작 온도 151 K를 보고했습니다.[3]

먼저 물질에 높은 압력을 가한 뒤 낮은 온도에서 압력을 빠르게 해제하는 압력 퀀치 방식을 사용했습니다. 압력 아래에서 향상된 초전도 상태가 외부 압력을 제거한 뒤에도 남도록 한 것입니다.

보고된 151 K의 전이 시작 온도는 오랫동안 상압 기준으로 알려진 약 133 K보다 높았습니다. 다만 상압이 상온을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151 K는 섭씨로 약 −122°C이므로 여전히 상당한 냉각이 필요합니다.

압력 퀀치로 만든 상태는 모든 조건에서 영구적으로 안정한 상태가 아닌 준안정 상태입니다. 장기적인 안정성, 재현성과 실제 활용 가능성은 추가로 조사해야 합니다.

이 결과는 임계온도만 높이는 것뿐 아니라 구조를 조절하고 유용한 성질을 더 현실적인 조건에서 보존하는 방향도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실용적인 상온 초전도체에 필요한 조건

상온·상압 초전도체는 큰 과학적 돌파구가 될 수 있지만, 두 조건만으로 실제 사용에 적합한 소재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초전도체에는 견딜 수 있는 전류와 자기장의 한계가 있습니다. 충분히 큰 전류를 전달하면서 온도와 자기장이 달라져도 안정적이어야 합니다.

일정한 품질로 반복 생산하고 대량으로 만들 수 있는지도 중요합니다. 전선과 박막, 부품처럼 필요한 형태로 가공할 수 있어야 합니다.

과학적 검증도 빠질 수 없습니다. 저항 0과 특징적인 자기적 거동에 대한 강한 증거, 독립적인 재현이 함께 필요합니다.

2023년 LK-99를 둘러싼 세계적인 관심은 이 과정의 중요성을 보여줬습니다. 여러 나라에서 상온·상압 초전도 주장을 재현하려 했지만, 이후 연구에서는 특이한 관찰 가운데 일부를 불순물이나 다른 물리 현상으로 설명했습니다.[4] 독립 실험은 원래의 초전도 주장을 뒷받침하지 못했습니다.

새로운 물질을 제안하는 것과 초전도체라는 사실을 확립하는 것은 다릅니다. 반복 실험과 독립 검증, 실험 근거와 이론적 이해의 일치를 통해 주장은 더 강해집니다.

AI와 다음 세대의 초전도 연구

초기에는 알려진 화합물을 조사하고 새 물질을 합성한 뒤 여러 온도, 압력과 자기장에서 시험하며 유망한 후보를 찾았습니다. 오늘날에는 계산과 AI로 실험 전에 훨씬 많은 물질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5]

AI는 원소 조성, 결정구조, 전자적 성질과 기존 실험 데이터를 분석해 후보를 제시합니다. 다만 예측의 정확성은 데이터의 양과 질, 모델과 물질의 복잡성에 달려 있습니다. 실험 검증과 초전도 기구를 설명하는 이론 연구는 여전히 필요합니다.

초전도체 역사에는 완전한 이론보다 발견이 먼저 나온 경우도, 이론 계산이 새로운 소재의 탐색을 이끈 경우도 있습니다. 오늘날에는 이론과 AI가 실험 전의 예측에 점점 더 많이 사용됩니다.

실험은 이론을 시험하고, 나아진 이론은 새로운 계산과 실험을 이끌며, AI는 탐색 범위를 넓힙니다. 발견과 이론, 계산과 실험이 함께 연구 방식을 바꾸고 있습니다.


이미 현대 기술에 사용되는 초전도체

실용적인 상온 초전도체가 아직 확립되지 않았다고 해서 초전도 기술 전체가 미래에만 머무는 것은 아닙니다. MRI의 강하고 안정적인 자석, 입자가속기, 일부 핵융합 연구 시스템에 이미 사용됩니다. 초전도 전력 케이블과 특수 전자기기도 개발되고 시험되어 왔습니다.

다만 대부분 냉각장치가 필요해 비용과 복잡성이 활용 범위를 제한합니다. 안정적인 상온·상압 물질은 이런 제한을 줄일 수 있습니다.

그래도 초전도 부품의 전기저항이 사라진다고 전자 시스템 전체의 열과 에너지 손실이 모두 없어지지는 않습니다. 다른 부품의 손실과 교류 조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손실도 고려해야 합니다. 상온 초전도체의 의미는 초전도 기술을 사용할 수 있는 환경과 용도를 크게 넓힐 가능성에 있습니다.

남아 있는 과제와 다음 이야기

미국 일리노이대학교의 BCS 이론 기념 표지석입니다. 초전도체의 역사에서 중요한 이론적 성과를 기념하고 있습니다.

실용적인 상온·상압 초전도체는 아직 확립되지 않았습니다. 유망한 소재에도 독립적인 검증과 공학적 시험이 필요합니다. 다음 LK-99 역사 시리즈에서는 세계적인 관심을 끈 한 주장과 그 뒤에 이어진 근거를 살펴보겠습니다.


참고자료

[1] Bardeen, J., Cooper, L. N., & Schrieffer, J. R. (1957). Theory of Superconductivity. Physical Review, 108, 1175–1204.

[2] Flores-Livas, J. A., et al. (2020). A perspective on conventional high-temperature superconductors at high pressure: Methods and materials. Physics Reports, 856, 1–78.

https://doi.org/10.1016/j.physrep.2020.02.003

[3] Deng, L., et al. (2026). Ambient-pressure 151-K superconductivity in HgBa₂Ca₂Cu₃O₈₊δ via pressure quench.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123, e2536178123.

https://doi.org/10.1073/pnas.2536178123

[4] Garisto, D. (2023). LK-99 isn’t a superconductor — how science sleuths solved the mystery. Nature, 620, 705–706.

[5] Zhang, J., et al. (2026). Machine Learning for Superconductor Discovery: From Data-Driven Insights to Accelerated Design. ACS Omega, 11, 31853–31876.

https://doi.org/10.1021/acsomega.6c01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