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전도체의 역사 13편 — AI와 새로운 초전도체의 탐색
AI는 연구자가 실험실에서 물질을 만들기 전에 유망한 초전도 후보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두 연구 사례를 통해 그 과정과, 예측 뒤에도 실험이 필요한 이유를 살펴보겠습니다.
수많은 물질 가운데 무엇을 시험할까
새로운 초전도체를 발견하려면 먼저 어떤 소재를 조사할지 정해야 합니다. 가능한 물질의 수는 매우 많습니다. 원소와 비율, 원자의 배열을 바꾸면 전혀 다른 성질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같은 원소를 사용하더라도 결정구조가 달라지면 전자의 움직임이 달라져 성질이 변합니다.
모든 조합을 합성하고 시험하려면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아직 합성하지 않은 물질의 구조와 성질을 컴퓨터로 예측해 왔습니다. 널리 사용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가 밀도범함수이론(DFT)입니다.
DFT로 물질 내부의 전자 상태와 에너지를 계산하고 특정 결정구조가 안정적일지 조사할 수 있습니다. 실험할 대상을 고르는 데 도움이 되지만, 정밀하게 계산해야 할 후보가 여전히 너무 많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AI와 기계학습은 여기서 새로운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AI는 초전도체를 어떻게 찾을까
컴퓨터가 다음 초전도체의 정답을 바로 알려주는 방식은 아닙니다. AI와 기계학습은 연구자가 하나씩 검토하기 어려운 큰 데이터에서 패턴을 찾는 일에 유용합니다.
알려진 초전도체의 화학 조성, 결정구조, 임계온도 등을 모델에 학습시킬 수 있습니다. 모델은 이를 바탕으로 아직 조사하지 않은 물질 가운데 추가 연구할 만한 후보를 제시합니다.
수십만 개의 후보를 모두 합성하고 시험하기는 어렵지만, AI가 유망한 소수로 좁혀 주면 연구진은 그 물질에 자세한 계산과 실험을 집중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역할은 실험을 대신하는 것보다 탐색 범위를 줄이는 것입니다.
AI가 예측한 초전도 후보는 새로 발견한 초전도체와 다릅니다. 실제로 합성하고 실험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2023년, 실험 결과를 다시 학습하는 연구

2023년, 엘리자베스 A. 포그(Elizabeth A. Pogue)와 동료들은 《npj Computational Materials》에 Closed-loop superconducting materials discovery를 발표했습니다.[1]
핵심은 닫힌 고리(Closed-loop) 방식입니다. 예측과 실험을 분리된 단계로 두지 않고, 새 실험 결과를 다시 학습 데이터에 넣어 다음 후보 선정에 활용하는 순환 과정으로 연결했습니다.
틀린 예측도 정보가 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초전도체라고 예측한 물질에서 실제로 초전도 현상이 나타나지 않아도, 그 결과를 다음 탐색의 개선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성공하지 못한 실험이 덜 유망한 방향을 알려주듯 AI도 그런 결과에서 배울 수 있습니다.
연구진은 탐색 과정을 네 차례 반복해 Zr–In–Ni 계에서 임계온도가 약 9 K인, 이전에 보고되지 않은 초전도상을 보고했습니다.[1] 다만 이 상은 준안정성이 매우 강해 순수한 단일상 물질로 분리하지 못했습니다. 초기 학습 데이터에 포함되지 않았던 기존 초전도체 다섯 종류도 다시 찾아냈습니다.
이 연구에서 시험한 조건에서는 기계학습과 전문가 지식을 결합했을 때, 비교 기준인 전문가 중심 탐색보다 초전도 발견 비율이 두 배 이상 높았습니다.[1] 모든 연구에서 AI가 발견 가능성을 자동으로 두 배 높인다는 뜻은 아닙니다. 해당 후보 범위와 방법에 한정된 결과입니다.
그럼에도 AI, 실험 측정과 새 데이터를 연결해 실제 소재 탐색에 기여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입니다.
2026년, 130만 개가 넘는 후보 구조를 선별하다
2026년, 제이슨 B. 깁슨(Jason B. Gibson)과 동료들은 같은 학술지에 Developing a complete AI-accelerated workflow for superconductor discovery를 발표했습니다.[2]
기계학습과 양자역학 계산을 결합해 130만 개가 넘는 결정구조 후보를 조사했습니다. 모든 후보에 똑같은 고정밀 계산을 적용하면 막대한 자원이 필요하므로, 먼저 기계학습으로 선별하고 더 유망한 물질에 정밀 계산을 적용했습니다. 이 과정에는 BEE-NET이라는 모델이 포함됐습니다.
여러 단계의 선별과 계산을 거쳐 DFT 기반 계산 임계온도가 5 K보다 높은 후보 화합물 741개를 선정했습니다. 이 가운데 69개는 20 K 이상의 임계온도를 가질 것으로 예측됐습니다.[2]
741개의 초전도체를 실험으로 새로 발견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계산으로 선정한 후보이며, 실험 확인이 남아 있었습니다.
연구진은 후보 가운데 Be₂Hf₂Nb와 Be₂HfNb₂를 합성하고 성질을 조사했습니다. 측정한 초전도 전이 시작 온도는 각각 약 3.18 K와 4.24 K였습니다.[2]
실험값은 예측값과 정확히 일치하지 않았습니다. 실제 물질에는 구조적 무질서나 불순물이 있거나, 계산에 사용한 이상적인 구조와 다른 상이 섞일 수 있습니다. 예측 기술이 강력해져도 실험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동시에 130만 개 이상의 후보에서 실제 합성과 측정까지 이어진 과정은 이런 연구 방법의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연구자의 탐색을 돕는 AI
현재 연구에서 AI는 과학자를 대체하기보다 조사해야 할 가능성의 수를 크게 줄이는 역할에 가깝습니다. 초전도체 연구는 AI, 물리 이론, 계산 모델과 실험을 결합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2023년의 순환형 연구처럼 오늘의 실험은 다음 후보 선정에 쓰이고, 다음 실험은 또 새로운 데이터를 제공합니다. 이 방식은 초전도체뿐 아니라 새로운 소재를 찾는 과정 자체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상온·상압 초전도체도 찾을 수 있을까
현재 연구만으로 확답할 수는 없습니다. AI는 기존 데이터와 연구자가 제공한 물리 모델을 활용합니다. 믿을 만한 데이터와 이론이 충분한 영역에서는 강력하지만, 전혀 새롭거나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물리 현상을 예측하기는 더 어렵습니다.
초전도체를 모두 같은 기구로 설명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2026년 연구의 접근 역시 특정 종류의 초전도 거동을 중심으로 설계되어, 모든 고온 초전도체를 곧바로 예측하는 방법은 아닙니다.[2]
아주 유망한 후보가 나와도 물질을 만들고 초전도 현상을 확인해야 하며, 다른 연구진도 결과를 재현할 수 있어야 합니다. 검증과 재현성이라는 원칙은 AI 시대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후보가 빠르게 늘어날수록 검증은 더 중요해질 수 있습니다.
두 연구가 보여주는 것
AI는 후보를 좁히고 새 측정에서 배울 수 있지만, 예측만으로 초전도 현상을 확립하지는 못합니다. 이 연구들은 탐색 과정을 개선한 성과이며, 실용적인 상온 초전도체를 언제 발견할 수 있는지 확정한 결과는 아닙니다.
참고자료
[1] Elizabeth A. Pogue et al., “Closed-loop superconducting materials discovery,” npj Computational Materials, 2023, Vol. 9, Article 181.DOI: https://doi.org/10.1038/s41524-023-01131-3
[2] Jason B. Gibson et al., “Developing a complete AI-accelerated workflow for superconductor discovery,” npj Computational Materials, 2026, Vol. 12, Article 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