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전도체의 역사 10편 — MRI부터 전력 케이블까지
초전도체는 이미 MRI, 전력 케이블, 입자가속기와 연구 장비에 사용되고 있습니다. 다만 초전도 상태를 유지하는 냉각 조건은 여전히 중요한 공학적 제약입니다.
대한민국에서는 2019년 초전도 전력 케이블이 실제 전력망에 연결되어 상업 운전을 시작했습니다. 경기도 용인의 신갈변전소와 흥덕변전소를 잇는 약 1 km 구간에 설치된 케이블입니다.[1]
그 뒤 더 많은 전력을 전달하는 차세대 초전도 케이블이 개발됐고, 최근에는 전력 수요가 큰 AI 데이터센터를 위한 초전도 전력 시스템도 등장하고 있습니다.[2][3]
초전도 케이블에도 냉각장치와 초기 기반시설 비용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비교적 좁은 공간에서 큰 전력을 전달할 수 있고, 기존 전력 설비와 같은 규모의 확장 없이 송전 용량을 높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새로운 송전 경로나 대형 변전소를 짓기 어려운 도심에서 특히 의미 있는 장점입니다.
경제성은 초기 설치비만으로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설치 공간, 송전 용량, 변전소와 지중 전력구의 비용, 장기 운용 조건을 함께 비교해야 합니다. 초전도 케이블은 이미 실제 전력망에서 상업 운전을 한 기술이며, 늘어나는 전력 수요와 함께 활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습니다.
실제 초전도 전력 케이블의 구조

초전도 전력 케이블의 여러 겹 구조를 보여주는 LS전선의 자료입니다. 원래 설명에 제시된 사양은 교류 23 kV, 60 MVA 고온 초전도 케이블입니다. 출처: LS전선.
일상에서 만나는 초전도 기술, MRI
가장 익숙한 활용 사례 중 하나는 병원의 MRI(자기공명영상)입니다. 강한 자기장과 고주파 신호를 이용해 몸 안의 구조를 영상으로 만드는 기술입니다.[4]
MRI의 중심에는 매우 강하고 안정적인 자기장을 만드는 자석이 있습니다. 많은 MRI 장비가 이를 위해 초전도 자석을 사용합니다.
일반적인 도체에 큰 전류를 흘리면 전기저항으로 열이 발생하고 에너지가 소모됩니다. 초전도 상태에서는 저항이 사라지므로 큰 전류를 이용해 강하고 안정적인 자기장을 만들 수 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아도 MRI 장비 안에서는 초전도 기술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MRI에 강하고 균일한 자기장이 필요한 이유
우리 몸에는 물이 많고, 물에는 수소 원자핵이 있습니다. MRI는 강한 자기장 안에서 수소 원자핵이 보이는 반응으로부터 신호를 얻고, 이를 처리해 몸 안의 영상을 만듭니다.[4]
이 과정에서는 자기장이 강한 것뿐 아니라 오랫동안 안정적이고 매우 균일하게 유지되는 것도 중요합니다. 초전도 자석은 이런 조건을 만드는 데 적합합니다.
초전도체를 먼 미래의 기술처럼 생각하기 쉽지만, 이미 사람의 몸을 검사하는 장비에 쓰이고 있다는 사실이 처음에는 특히 흥미로웠습니다.
작은 입자를 연구하는 거대한 장치, 입자가속기
초전도 자석은 MRI보다 훨씬 큰 과학시설에서도 사용합니다. 대표적인 예가 CERN의 대형강입자가속기(LHC)입니다. 양성자 같은 입자를 매우 높은 에너지로 가속한 뒤 거대한 원형 장치 안에서 충돌시킵니다.
빠르게 움직이는 입자는 직진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약 27 km의 원형 경로를 따라 움직이게 하려면 강한 자석으로 경로를 계속 휘게 하고 제어해야 합니다.
LHC의 주 쌍극자석은 약 8.3 T의 자기장으로 입자빔을 제어합니다. 이 자석들은 초전도 기술을 사용하며 약 1.9 K의 극저온에서 작동합니다.[5] 초전도체는 직접 볼 수 없는 작은 입자의 세계를 연구하는 데에도 사용되고 있습니다.
초전도 자기부상열차
자석 위에 물체가 떠 있는 모습은 초전도체를 떠올릴 때 자주 연상하는 장면입니다. 이 기술은 자기부상 교통수단에도 활용됩니다. 대표적인 예가 일본의 SCMAGLEV입니다.
열차의 초전도 자석이 선로에 설치된 코일과 상호작용해 차량을 띄우고 움직이는 자기력을 만듭니다.[6] JR도카이의 시스템은 선로 위 약 10 cm를 떠서 고속으로 주행하도록 설계됐습니다.[6] 고속에서 바퀴와 레일이 직접 닿지 않기 때문에 초고속 교통에 적합한 특성이 있습니다.
다만 모든 자기부상열차가 초전도체를 사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자기부상 기술에는 여러 방식이 있고, SCMAGLEV는 그중 초전도 자석을 사용하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핵융합 연구의 거대한 초전도 자석
초전도체는 핵융합 연구에서도 중요합니다.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려면 물질을 매우 높은 온도의 플라스마로 만들어야 합니다. 이런 플라스마를 일반적인 용기의 벽에 그대로 닿게 할 수는 없습니다. 토카막 방식 장치는 강력한 자기장으로 플라스마를 가두고 제어합니다.
국제핵융합실험로 ITER는 이를 위해 거대한 초전도 자석 시스템을 사용합니다.[7] 자석에는 니오븀–주석(Nb₃Sn), 니오븀–티타늄(Nb-Ti) 등의 소재가 쓰이며 약 4 K에서 초전도 상태로 작동하도록 설계됐습니다.
ITER 초전도 자석 시스템의 전체 질량은 약 1만 톤입니다.[7] 전기저항이 사라지는 성질이 인류의 거대한 에너지 연구 장치에 활용되고 있습니다.
양자컴퓨터 안의 초전도 회로
초전도체가 큰 장치에만 쓰이는 것은 아닙니다. 아주 작은 전자회로에도 사용합니다. 대표적인 예가 양자컴퓨터입니다. 양자컴퓨터를 만드는 여러 접근 가운데 중요한 방식 하나가 초전도 큐비트를 이용합니다.[8]
큐비트는 양자컴퓨터의 정보 처리 기본 단위입니다. 초전도 큐비트에서는 두 초전도체 사이에 매우 얇은 절연 장벽을 넣은 조지프슨 접합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양자역학적 효과를 이용하는 구조입니다.[8] 이 회로 역시 극도로 낮은 온도에서 작동합니다.
거대한 핵융합 장치부터 손톱보다 작은 양자회로까지, 초전도체가 사용되는 크기와 기술의 범위는 생각보다 넓습니다.
냉각 조건과 실제 활용
이 기술들은 소재를 임계온도 아래로 유지해야 작동합니다. 사용 온도를 높이면 냉각 부담을 줄일 수 있지만, 전류 용량, 자기장 한계, 비용과 신뢰성까지 함께 따져야 어떤 소재가 각 용도에 적합한지 판단할 수 있습니다.
참고자료
[2] LS Cable & System, “LS Cable & System and LS ELECTRIC Launch the World’s First Superconducting Solution for Internet Data Centers,” 2024.
[3] LS Cable & System, materials on AI data-center power infrastructure and superconducting technology, 2026.
[6] Central Japan Railway Company (JR Central), materials on the Superconducting Maglev System.
[7] ITER Organization, “Superconducting Magnets — ITER Machine Systems.”